비타투어
여행후기/동영상
오월의 꿈, 아름다웠던 프로방스 여행기
작성자 : 양미경 등록일 : 2019-06-1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무스티에 생트 마리 마을)_셔터스톡

 

내가 ‘프로방스’를 알게 된 것은 언제일까? 여행 잡지에서 본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부터? 파주에 있는 블링블링한 프로방스 레스토랑을 다녀오고 나서부터? 글쎄?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제일 좋아했던 국어 시간, 국어책에 실렸던 그 소설에서 난 프로방스를 알게 되었구나. 몇 십 년을 잊고 지냈지만 그때부터 난 ‘프로방스’를 꿈꾸고 있던 거였다.


“내가 뤼브롱 산에서 양을 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산꼭대기 드넓은 초원에서 양을 돌보고 있노라면 몇 주씩 사람 구경은 하지도 못한 채 양 치는 개와 둘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산자락의 초록빛 풀밭과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그리고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뿐이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양의 울음소리와 양의 목에 달린 방울 소리, 그리고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양 치는 개가 가끔 짖는 소리뿐이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 중에서)


교과서 속의 활자가 눈앞에 현실이 된 남프랑스 여행을 난 드디어 시작했다. 그것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한 복판에. 

영어도 어려운데 프랑스어로 명명된 지명들은 외워도 외워도 입속에서 맴돌뿐이었다.

마르세유, 엑상프로방스 아를, 레보 드 프로방스, 생 레미드 프로방스, 아비뇽(이건 좀 익숙하네), 샤또뇌프드 포프(이건 와인 이름인데..), 세귀레, 베종 라 로멘, 크레스트, 몽방투(몽블랑은 들어 봤는데..), 고르드, 세낭크, 무스티에 생트 마리, 베흐동, 생 폴 드방스, 에즈, 니스, 칸느, 앙티브 등. 이번 여행 중 다녀온 남프랑스의 여기저기 지명이다. 우와~~ 어찌 외울 수 있겠나. 

9박 10일의 일정은 벌써 한바탕 꿈을 꾼 듯 지나가고, 난 서울 한복판에 앉아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 본다.


50대 후반에서 60대, 80대 초반까지의 부부 여덟 팀, 다정하기 그지없는 딸과 우아하신 엄마 모녀 한 팀, 순수함의 끝판 왕, 언제 봐도 기분 좋아 보이는 낭만파 인솔자 최사장님, 파리에서 사업하시다 날아와 유창한 불어로 우리를 엄마처럼 자상하게 끝까지 잔소리로 책임져 주셨던 가이드 남사장님. 이렇게 동행자는 모두 20명, 우리는 어색한 눈인사를 나누었다. 열심히 인생길을 달려와 이제는 여유를 누리는 따뜻한 인상의 모습들이었다. 11시간의 긴 비행 중에 간간이 일어나 화장실 앞에서 남의 시선을 무시한 채 난 스트레칭을 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점점 뻣뻣해 지는 몸을 감당할 수 없으니. 쯧쯧~~ 

 

파리공항에서 다시 한 시간쯤 날아가 드디어 도착한 곳 바로 프랑스 최대의 항구 ‘마르세이유’! 여행 장소도 모두의 부러움을 살 만한 곳이었지만, 역시 5월 여행은 최고의 축복인 듯 새파란 하늘에 흰 구름, 미세먼지 NO! 20도 내외의 청명한 날씨로 우리는 여행을 시작했다. 

 

(폴 세잔의 아틀리에에서)

 
이번 여행의 핵심 중 하나는 목가적인 풍경의 프로방스를 맛보는 것 외에 그곳에서 예술 활동을 했던 고흐, 샤갈, 세잔 등의 어마 무시한 예술가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마르셀 뒤샹, 데미안 허스트~~. 우리 중년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난해한 작품의 현대 미술가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우리도 아! 하고 아는 체 할 수 있는 반가운 그들이 거기 있었다.

금수저로 태어나 엑상 프로방스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폴 세잔의 아뜰리에 방문을 시작으로, 누구에게나 친숙한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린 인상파 화가의 거장 고흐를 ‘아를’에서 만났다. 고흐는 세 번째 날, 레보 드 프로방스란 곳의 채석장에서 레이져 쇼를 통해 석회암 벽면 가득 그의 작품을 황홀하게 보여 주었고, 생 레미드 프로방스의 수도원(고흐가 정신병 치료를 받았던 곳)에서는 암울하고 어두운 모습으로 우리를 잠시 슬프게 하기도 했다. 예술가의 삶이란 결코 쉽지 않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그 채석장의 거대한 흰색 벽에 나타났던 고흐의 붉고 노란 빛의 바다에 풍덩 빠져 있는 듯하다. 못쓰게 된 채석장을 이런 현대 문명의 레이져 쇼 장소로 탈바꿈 시킨 것은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었다. 감사!

 

(반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카페)

 

(레보 드 프로방스의 채석장에서 레이져 쇼로 재탄생한 반 고흐 작품들)

 

프로방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도시, ‘아비뇽’. 화려하지 않지만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흠씬 느낄 수 있는 교황청을 관람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고대 로마의 ‘수도교’를 구경했다. 그 옛날 로마인들은 산에서 물길을 4도 기울어진 이 다리를 통해 공급했다고 하니 참 대단한 자들임이 틀림없다. 최사장님이 먹어보라며 달리던 버스를 멈추고 사 준 예쁜 바구니에 옹기종기 담겨 있는 빨간 딸기, 보기에도 싱싱하고 맛도 정말 좋았다. 

 

여행 5일차, 우리 여자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던 프로방스의 예쁜 마을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마을들이 꼬불꼬불 비탈길에 있기에 그곳에 사는 분들의 생활이 걱정되었지만, 아이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마을들은 그저 놀랍고 아름다워 계속 머물고만 싶었고, 그냥 마음으로만 느끼기엔 아까워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중세 건물들 사이 좁은 골목에 나무와 꽃이 곳곳에 적당히 어우러져 있고, 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는 참으로 조용했던 절벽 마을 ‘세귀레’, 2시간 30분 예정 트레킹의 시작 점인 너무 예쁘고 다정한 마을 ‘크레스트’, 트레킹 끝에 다다른 제법 번화한 시골 마을 베종 라 로멘.... 사진 찍기를 죽어라 싫어하는 남편도 웬일인지 휴대폰을 놓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 도시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들이라 한국과 중국 관광객을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한적하고 평안함 속에서 우리는 프로방스의 낭만을 오롯이 누릴 수 있었다.  

 

(릴르 슈흐 라 쏘호그 마을의 주말시장을 기웃기웃.)

 

6일차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물의 마을’ 릴르 슈흐 라 쏘호그에서 주말 시장을 구경하고, 프랑스에서 ‘원경(遠景)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 고르도를 거쳐, ‘프랑스에서 가장(NO. 1) 아름다운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에 도착했다. 십자군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던 한 기사가 살아 돌아온 뒤 감사한 마음으로 두 절벽 사이에 황금 빛 별을 달아 놓은 곳이다. 두 절벽 사이가 못해도 200미터는 돼 보이는데, 그 옛날에 어떻게 쇠사슬로 두 절벽을 연결하고 그 곳에 황금 별을 달아 놓았을까? 작지만 반짝이는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는 프랑스가 아닌 ‘세상에서’ 제일 예쁜 마을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행이 끝난 지금도 그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허공에 매달린 황금 별이 내 마음에 반짝이는 것 같다.

‘잘 걷는’ 분들은 절벽 꼭대기 성당까지 올라갔지만 나를 비롯한 몇몇은 골목골목 작은 가게들을 누비며 딸에게 줄 트러플 소금, 며느리에게 선물할 도자기 시계, 멋진 스카프 등을 사며 작은 행복을 누렸다. 무스티에 생트 마리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분위기와 와인에 취했고, 절벽 밑에 위치한 아늑한 숙소에서 저 멀리 쌍봉(雙峰)을 조망하며 선선한 밤공기를 향유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베르동 협곡)_셔터스톡

 

벌써 7일차, 베르동 계곡을 까마득히 내려다보며 구불구불 산길을 간다. 특이한 것은 몇백 미터나 되는 높은 산꼭대기지만 그 위는 평야처럼 넓은 초지라는 것. 산길을 가는 내내 우리가 산 위에 있는지, 평야를 달리는지 잊게 했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샤갈의 묘지가 있고, 다른 마을들과 달리 고급스런 갤러리들이 요기조기 숨어 빛을 발하며 우리를 유혹하던 곳 ‘생 폴 드 방스’에 도착했다. 식탁을 화사하게 해 줄 노란 러너를 사며 난 그곳에서 아주 행복했다. 마그재단에서 설립한 미술관에서 피카소, 샤갈, 미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 행복감은 충만함으로 이어졌다.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8일차, 우리는 그 유명한 니스의 해변에서 아침을 느끼고 세상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그레이스켈리가 왕비로 재탄생한 나라 ‘모나코’로 향했다. 바위 위에 세워진 탓에 좁은 길 위의 교통체증이 심했다. 이 정도 작은 나라면 나도 한번 다스릴 만한데. ㅎㅎ. 

 

지인 중 한 사람이 남프로방스 간다니까 꼭 가보라고 추천 받았던 곳 ‘에즈’에 도착해서 우리는 처음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마을들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갖추었다면 니스와 가까운 에즈는 사람의 손이 가해져 훨씬 화려한 모습이었다. 다소 상업적이기도 했고...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음~~ 우리는 부러운데. 한국에 있는 딸과의 영상통화로 에즈의 풍경을 보여주니 환호성~~ “와우! 엄마, 정말 멋지다.” “그렇지? 너도 꼭 한번 와봐~~.”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에즈)_셔터스톡

 

꿈결 같던 시간이 이제 그치려 한다. 마지막 날, 샤갈과 피카소의 미술관을 찾았다. 샤갈이 그린 종교화는 성경을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참 감사했고, 피카소의 가족들이 운영한다는 미술관 덕에 우리는 미술책 밖 피카소의 다양한 작품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놀랄 만큼 푸짐한 빠에야를 먹고, 선명하게 선을 그은 듯 두 가지 파란 색의 색다름을 보여 주는 니스의 바닷가에서 마지막 여행의 여유로움을 느껴 본다. 

 

아, 참!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 잊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음식이었다. 9박 10일의 일정 중 2일차 점심에 ‘불고기’, 마지막 날 점심의 ‘빠에야’를 제외하고 무려 열세 번의 식사는 모두 ‘에피타이져-본식-후식’을 완벽하게 갖춘 프랑스 정통 정찬이었다. 한국에서 프랑스 요리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니들이 프랑스 요리를 알아~” 연어, 도미, 대구 등 다양한 생선 요리와 잘게 다진 돼지고기, 송아지 요리의 그 부드러움은(루이14세가 젊었을 때부터 치아를 뽑아 모든 고기를 아주 부드럽게 요리하게 되었다는 가이드님의 상세한 설명이 매 식사 시간마다 복습되었다. ㅎㅎ) 치아가 다 빠진 노인이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콤한 디저트의 향연들~~. 곁들여 우리의 테이블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남프랑스의 강렬한 햇빛을 담뿍 품고있는 다양한 와인이었다. 일행 중 애주가가 별로 없는 탓에 시음을 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매 식사 시간마다 인솔자인 최사장 님이 주문한 와인 리스트는 참으로 다채로웠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우리를 기분 좋게 내려다보는 5월의 열흘, 난 당분간 잊지 못할 것이다. 곳곳에 줄지어 심겨진 착한 땅꼬마 같은 포도나무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듯한 크고 작은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 가이드님이 ‘세상에 제일 쓸데없는 꽃’이라 구박하던 야생 양귀비의 강렬한 붉은빛, 그리고 함께 했던 20명과 여행 내내 나누었던 따뜻한 이야기들은 알퐁스도데의 소설 ‘별’에 등장하는 목동의 마음만큼이나 따뜻함과 평안함을 안고 돌아 갈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것들이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초록의 자연과 인간의 문명과 문화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땅, 프로방스! 참으로 감사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고르드 마을을 바라다보이는 사진 포인트에서 기념 촬영)

한글명 비밀번호 보안문자 새로고침 옆의 글자를 입력해주세요.
(주)헬스조선
대표 : 임호준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1길 30 조선일보사 업무동 3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98445 | 사업자정보확인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06-서울중구-4682 | 관광사업자 등록번호 : 제2011-28호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임재호 | 대표번호 : 1544-1984 | 팩스 : 070-4032-1503 | 이메일 : vitatour@chosun.com
※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여행일정이 변경되는 경우 여행자의 사전 동의를 받습니다.
Copyright © 2025 비타투어 All Right Reserved.